주가도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강하면 주가가 상승하고 매도세가 매수세보다 강하면 주가는 하락한다. 문제는 주가가 움직이기 전에 매도세가 강한지 매수세가 강한지 미리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 투자자는 호가 잔량을 보고 매도와 매수의 힘이 어느 방향으로 강한지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호가 잔량이란 매수 주문의 총수량에서 매도 주문의 총수량을 뺀 차이를 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사려고 하는 수량이 팔려고 하는 수량보다 많을수록 매수세가 강하다고 할 수 있고, 사려고 하는 수량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면 주가 상승의 힘도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주식을 사려는 수량이 더 많은데도 주가는 하락하고, 매도 주문 수량이 증가하는데도 주가가 계속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중소형주에서는 세력이 고점에서 낮은 가격에 대량으로 매수 주문을 내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주가를 상승시키기 전에 매도 주문을 위에 잔뜩 걸어 일반 투자자가 팔게 유도하기도 한다.
증권 당국이 시세조작성 허수 주문을 단속하고는 있지만 장중에 게릴라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허수 주문을 일일이 적발하기는 불가능하다.
최근에 주목할 만한 것은 대형주도 호가 잔량과 주가 방향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수를 선도하는 삼성전자도 매도 잔량이 매수 잔량보다 많은 날 주가가 상승할 확률이 더 크다. 대형주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시세조작이 아니라 일종의 프로그램 매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증시가 상승할 때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매도하는 식으로 연계 매매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이렇다 보니 호가 잔량만 믿고 매매하려는 투자자는 골탕을 먹게 된다. 호가 잔량에 속지 않는 방법은 실제로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호가 잔량은 아직 체결되지 않은 주문이지만 주가는 매매가 체결되어야 움직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움직이는 방향과 호가 잔량이 다르다면 주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가야 한다.
매수 주문이 대량으로 쌓여 있는데도 주가는 하락한다면 매수 주문은 허수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매수를 자제하고 오히려 매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반대로 매도 주문이 많은데도 주가가 밀리지 않고 상승한다면 매수세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시장이 강세일 때는 전약후강(前弱後强)이라고 해서 장 초반에 주가가 약세를 보인 다음 강하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장 초반에 매도물량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뚫고 주가가 오른다면 추격 매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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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0409151823531#csidxe07e46c67cb8f6f8b610d051a6bb7e6